인구감소를 보며 드는 현실적 고민

# 인구감소를 보며 드는 현실적 고민

올해 초등학교 신입생 수가 사상 처음 40만명을 밑돈다는 기사가 나오고 있습니다. 사실 충분히 예견된 일이고, 40만명대에서 30만명대로 줄어든 시간보다 훨씬 빠르게 초등입학 신입생수는 곧 20만명대까지 내려올 것입니다. 출생아 수가 그렇습니다.
2016년생 40.6만명,
2017년생 35.8만명,
2018년생 32.7만명,
2019년생 30.3만명,
2020년생 27.7만명이니 앞으로 3년 후면 초등입학 신입생수는 20만명대로 내려오게 됩니다. 40만명대가 15년 유지되었는데, 30만명대는 고작 3년 유지될 뿐입니다. 앞으로 초등학교 폐교 및 통폐합 뉴스는 더 이상 이슈거리도 되지 않을 만큼 흔해질 것 같습니다.

한국의 인구 감소는 전세계가 주목할 만큼 심각하며 인구 감소는 당연히 여러 문제를 불러오겠지만, 아직은 먼 미래보다 당장의 현실이 중요한 한 인간일 뿐이기에 당장 눈앞에 닥친 고민거리들이 먼저 떠오릅니다.

 

1. 집을 사야 하는가?

먼저 저는 결혼 4년차에 접어든 30대 기혼 여성으로 올해 첫 아이를 만날 예정입니다. 2인가구가 3인가구가 될 예정이니 당연히 이사를 생각하고 있는데, 지금 시점에서 집을 사는 것이 맞는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생깁니다.

24년부터는 신생아 특례 대출까지 나오면서 정부에서 아이를 낳는 가정에 집을 살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있는데, 한국의 인구 추이를 보면 내가 마지막 물량을 떠앉는 세대가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감도 공존하고 있습니다. 1970년대 이전 생분들의 물량을 지금 세대가 많이 받쳐주고 있는데, 지금 세대의 물량은 대체 누가 받쳐줄 수 있을까 싶습니다.

아이를 낳지 않으니, 이제는 이모 삼촌의 집까지도 결국엔 조카에게 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저희 조카만 봐도 이미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몫까지 결국엔 갖게 되는 상황입니다. 물론 먼 미래일테지만요.

40만명대 초등 입학생은 15년 유지되었으나, 30만명대 초등 입학생은 고작 3년 유지됩니다. 그래도 부동산 대세 상승, 땅은 배반하지 않는다 등 부동산 관련 격언을 생각해봐도, 지금의 인구 감소 속에서 나는 나의 집 문제를 어떻게 판단하는 것이 현명한가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2. 한국 수준의 인구 감소 속에서도 학군지는 살아남을 수 있는가?

아이의 미래를 생각하다 보니 학군지를 중심으로 집을 살펴볼 수밖에 없습니다. 학군은 집값을 받쳐주는 매우 중요한 요인입니다. 예전 일본에서 부동산 버블이 붕괴될 때도 학군지는 그래도 살아남았다고 하니 예나 지금이나 부모의 교육열만큼 강력한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단순 교육열 뿐 아니더라도, 아이의 주변 환경이나 친구들을 생각하면 부모로서 당연히 아이를 좋은 환경에서 키우고 싶어집니다.

그렇다면, 서울과 경기권의 학군지를 살펴보게 되는데, 인구가 워낙 많이 감소하다 보니 취상위 학군지가 아니고서는 인구 감소의 영향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그 최상위 학군지를 당장 내가 들어갈 수 있느냐? 절대 아닙니다. 30대 평범한 부부가 수십억원을 벌었을리가 만무합니다. 현실적으로 이제는 적당한 학군지도 없습니다. 인구가 적당히 빠지는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초등학교 학생수를 봤을 때 1학년보다 6학년 인구가 적은 학교의 경우, 아이들이 빠지는 동네, 즉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이 아니라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1학년보다 6학년 인구가 월등히 많은 동네는, 어떻게든 아이를 데리고 들어오려고 하는 동네로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으로 볼 수 있습니다. 서울 경기권의 최상급 학군지를 보면 6학년 학생 수가 1학년 학생 수 대비 2배에 이르는 곳을 볼 수 있습니다. 단순히 인구가 줄어 1학년과 6학년의 갭이 큰 것이 아니라, 아이가 클수록 아이를 데리고 들어오는 동네이기 때문에 6학년생이 월등히 많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반면, 누구나 들어오고 싶지만, 집값이 너무 비싸 젊은 부부들이 들어올 수 없어 고학년과 저학년생의 인구 갭은 전체 인구의 갭 보다 더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서울대도초등학교>-네이버페이부동산

<분당수내초등학교>-네이버페이부동산

점점 더 웬만한 학군지는 사라질 것이고, 최상급 학군지로의 쏠림은 심해질 것 같습니다. 최상위 클래스는 불황이든 아니든 흔들리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든 최상위로 들어가야 할텐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이제는 한 학년에 2~3개 학급만 있어도 양호하다 싶을 것 같습니다. 웬만한 학군지는 더 이상 의미가 없어 보이고, 최상위는 넘볼수 없는 위치라면, 앞으로 학군이 얼마나 의미가 있을지, 부동산 가격 판단에 어느 정도 고려해야 하는지 고민이 됩니다.

 

3. 한국 주식을 하는 것이 맞는가?

조금 더 긴 시각에서의 고민입니다. 가진 것이라고는 사람과 기술밖에 없는 대한민국에서 인구 감소는 국가 경쟁력 상실로 가는 가장 심각한 위협입니다. 공장 자동화를 통해 생산 효율성을 키우고 수출 경쟁력을 키운다 한들 과연 한국 기업들은 ‘성장’을 지속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부의 증가는 구매력의 증가, 그리고 성장은 생산력 증가로 대변할 수 있습니다. 나라 안에서의 자체적인 구매력은 줄어들고, 생산을 많이 한들 이를 판매할 곳도 사라지는 마당에 한국 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옳은 방향인가를 고민하게 됩니다.

기술력을 키우는 것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입니다. 유능한 인재 한명이 수천명을 먹여 살릴 수 있지만, 일단 모수가 많아야 유능한 인재도 많이 배출할 수 있습니다.

몸은 한국에, 자산은 천조국에 두어야 할까요? 한국주식을 하는 입장에서 중장기 자산 계획을 세울 때 한국 주식의 비중을 줄여 나가는 것이 맞는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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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곧 부모가 될 예정이다 보니 확실히 예전보다 한국의 인구 추이와 한국의 미래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한국을 사랑하고 그래도 한국에서 아이를 낳아 잘 키우고 싶은 사람으로서 현실적인 고민과 함께 한국에서 좀더 긍정적인 미래를 그려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몇 줄 적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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