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출과 내수 산업의 극단화
얼마 전, 한 블로그에서 우리나라 오프라인, 즉 내수 시장이 엉망인 이유를 적어 놓은 글을 보았습니다.
영화관이 폐업하는 이유에 대해 OTT 영향이 크다고들 말하지만, 젊은 세대가 줄어들면서 그들이 친구를 만나고 연애를 하며 가장 흔하게 쓰는 영화관 소비 자체가 줄어들면서 영화관 산업이 침체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90년대 초반생은 70만명, 90년대 중후반까지 60만명 중반대를 유지했지만, 2000년대들어 40만명대로 내려앉았습니다. 2000년대생들이 코로나를 거치면서 사회에 나왔지만 인구 감소폭이 커 오프라인 소비 전체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입니다.
코로나 시기보다 지금 자영업이 더 힘들다고들 하는데, 이번에 통계청에서 발표한 4월 소매업태별 판매액 지수(경상지수)를 살펴보면, 음식·가정· 문화상품 소매점 산업지수는 84.7로 2018년 1월부터 현재까지 중 가장 낮았습니다. 코로나 영향이 컸던 2020년 3월에도 해당 지수는 89.1이었으며 엔데믹이 오기 전까지 90~100 초반 사이에서 움직였습니다. 경상지수는 물가지수를 반영한 수치인데, 그동안 가파르게 오른 물가를 감안한다면 실제 체감하는 수준은 더 안 좋을 것입니다.
이번에 발표된 소매업태별 판매액 지수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백화점’입니다. 코로나 시기부터 가파르게 성장했고, 전체적인 내수 소비가 침체되는 와중에도 꾸준히 플러스 성장이 나오던 업종이었는데, 4월에 -6.2%의 역성장이 나왔습니다. 이는 23년 1월 이후 15개월만입니다. 일시적일지 아니면 백화점도 이제는 소비 여력이 다 한 것인지는 추세를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 외에 대형마트(-2.2%), 슈퍼마켓 및 잡화점(-2.4%), 자동차 소매점(-4.9%)도 전년비 역성장이 나와 전반적인 내수 소비가 침체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나마 플러스 성장이 나온 업종은 의약품 및 화장품(+4%), 인터넷쇼핑(+14.5%) 등이었습니다. 인터넷쇼핑의 경우 알리/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영향이 있었을 것 같은데, 실제 통계청에서 이들 플랫폼까지 통계로 잡았을지는 확인이 어렵습니다.
반도체의 회복과 탄탄한 자동차 수출, 이에 더해 전력기기, 화장품, 라면 등 일부 품목의 수출이 호조를 보이며 4월 전체 수출은 전년비 13.8% 성장했고, 무역수지 역시 15.3억불로 흑자를 이어갔습니다. 수출은 회복되었지만 내수 경기는 침체된 다소 극단적인 모습이 지금 한국의 경기 동향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한국 증시가 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처음 언급했던 블로거의 경우 인구 쓰나미가 본격화되면서 오프라인 시장부터 결혼, 부동산, 육아 및 교육산업까지 힘들어질 것으로 전망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충분히 동의하면서도 얼마나 서서히 혹은 빠르게 체감하게 될지, 사람들의 심리를 언제부터 얼마나 흔들지까지는 예상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다만, 앞으로 투자에 있어서는 수출에서 성과를 보이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사이에서 실적과 투자 심리 모두 꽤나 극단적인 모습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올라가는 기업만 오르고, 소외되는 기업은 소외되는..그리고 수출이 흔들리면 많이 오른 만큼 많은 조정이 올 것 같습니다. 산이 깊으면 골도 깊다고 하니까요.
6월 들어 김, 간장, 과자, 초콜릿, 사이다 등 주요 식품 물가가 또 일제히 오르며 장바구니 물가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투자도 가계 상황도 녹록지 않은데, 올라가는 롤러코스터를 잘 타는 것도 중요하지만 안정적으로 하방을 잘 관리하는 투자 전략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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